이규정 소설가/ 자연과 함께하는 숲속의 세한서점

 

자연과 함께하는 숲속의 서점 이금석 선배님

자연과 함께하는 숲속의 세한서점.                                                                                        이규정(李揆貞)     올해도 어느 사이에 슬그머니 다가서는 연말에 걸려오는 안부의 전화가 많기도 하다. 오늘도 오랜만에 걸려오는 지인의 안부전화가 요즘도 글을 쓰냐는 것이었다. 거기에 지난번 출간한 책을 들먹거리던 지인이 숲속의 서점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단양의 한적한 시골 숲속에 책방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한동안이나 세한서점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생각나는 세한서점. 자연과 함께하는 숲속의 책방(세한서점)을 운영하는 이금석 선배님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초등학교 동문회가 주최하는 행사에서였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선배님을 취재하는 기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취재하던 기자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단양의 한적한 산골짜기에서 세한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금석 선배님이 태어난 곳은 나의 고향인 송학면 포전리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이사를 갔다는 선배님은 한양공고를 졸업하고, 책이 귀하던 시절이라서 학교도서관에서 도서부원으로 일하면서 책과의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인연을 끓지 못하고 시작한 것이 책장사였고, 그 세월이 어느 사이에 40년이란 세월이 가까워지고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리어카에 헌책을 싣고 다니는 노점상으로 시작하고, 잠실의 자투리땅에서 임시건물을 짓고서 책을 팔다가, 잠실이 개발되면서부터 옮겨 다니던 서점은 고려대 앞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고려대 앞에서는 제법이나 알아주는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한창 민주화바람이 멈추지 않던 시기에는 멈추지 않는 데모와 최루탄가스 때문에, 길음동, 역곡동 등으로 옮겨 다녀야 했다는 수모를 격기도 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현시대에 서점을 운영하기란 쉽지가 않다. 대량 복사가 가능한 복사기의 출현과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임대조건 때문에 고향인 제천 송학으로 옮기려고 하였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고 한다. 어쩌지 못하고 고향에서 가까운 단양의 적성면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단양에 내려와서도 없는 책이 없어서, 대형서점에서도 구하니 못하는 책을  세한서점에서 구입하는 사람들이 제법이나 많다고 한다.      처음에는 폐교가 된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다가. 그곳에서 또한 여의치 않아서 한적한 산골짜기에서 숲속의 책방을 운영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런 관심조차 없었던 숲속의 책방 세한서점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KBS의 연예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1박2일’에 소개되면서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동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었다. 동문회에 참석하는 선배님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동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선배님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숲속의 책방을 찾아간 것은 지난여름이었다. 상갓집이 있어서 문상을 갔던 단양에서 생각나는 선배님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지독한 산골이라 찾아가는 것 또한 쉽지가 않았다. 찾아가면서도 이런 산골에 책방이 있을까? 나도 모르게 의구심이 멈추지 않는 산골에서 책방이 있었다. 그것도 자그마한 서점이 아니었다. 일반 도서관보다 크게 보이는 책방을 휘둘러보면서, 나도 모르게 함지박처럼 벌어지는 입술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나는 후배라고 무척이나 반기는 선배님을 만나서는 , 대뜸 이렇게 많은 책들을 어떻게 옮겼느냐고 물었다. 책을 분야별로 분류하고, 산골짜기로 옮기면서 정리하는 시간에도 1년이 걸렸다는 선배님의 이야기에서 또한 화들짝 놀라서 벌어지는 입술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다행이 찾아오는 사람이 제법이나 많아졌다는 숲속의 책방에는 낭만이 있는 서점이었다. 영화의 세트장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는 책방에서 사진을 찍고, 소풍을 하듯이 다녀가는 사람들이 제법이나 많다고 한다.       책이란 마음에 양식으로 인격수양에도 필수적인 존재나 다름없다. 작가들의 혼이나 다름없는 책들에서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보존하는 것 또한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필수적인 존재다. 무엇보다 소중한 문화유산이나 다름없는 책과 평생을 살아가는 선배님이 존경스러웠다. 그동안  책과 살아오신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은 가르침을 주시던 선배님이 무척이나 고맙기도 했다.      숲속의 책방을 나서면서는 가끔이나마 찾아뵙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돌아와서는 까맣게 잊었던 선배님이 오늘에서야 떠올랐던 것이다. 가끔이나마 찾아뵙겠기는커녕 약속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후배라고 반겨주던 선배님에게 무척이나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한동안이나 멈추지 않았다. 이제라도 가끔이나마 안부인사를 드려야겠다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