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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작은 이야기

이규정 소설가/ 기러기 아빠와 부모들의 소망

 

 

 

 

 

 

 

   

 

                           기러기 아빠와 부모들의 소망

 

 

                                                                                         이규정(李揆貞)

 

 

   오늘 아침에도 출근을 하겠다고 현관문을 나섰다.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통근버스를 타겠다고 쫓아가는 길목에서 우연찮게 마주치는 지인의 얼굴이 어둡게 보였다. 짧은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어깨가 또한 무겁게 느껴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해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섰다. 그는 언제나 밝은 얼굴에 환한 미소가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하고는 속내를 털어놓을 만큼 친한 사람은 아니었다. 어쩌다 만나면 안부 인사를 주고받던 그 사람은 외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교에 합격하고는 싱글거리는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축하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또한 부럽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졸업만 하면 출세가 보장되는 일류대학교. 자식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교에 가는 것보다 좋은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유학하는 아들을 공부시키기란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 잔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들만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솟는다면서 피곤한 것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행복이란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기라도 한다는 듯이 밝은 얼굴에 환한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어쩌다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부럽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내가 이사를 하고부터 만나는 일이 뜸해졌다. 어쩌다 마주치는 인사에도 밝은 얼굴에 환한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어느 사이에 10년이 지나면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에서야 출근하면서 마주치는 그 사람의 얼굴이 어둡게 보였던 것이다. 무슨 일인가 하고 출근하는 회사에서 알아보았더니. 아들이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피곤한 것을 모르는 기계나 다름없다. 거기에 자신이 못한 공부에 한이 맺혀서일까. 중간 퇴직금으로 학비를 보태고 정년퇴직금으로 결혼을 시킨 사람들이 제법이나 많기도 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집까지 팔아서 날아가는 외국에서 살아가는 자식들이 또한 작지는 않다고 한다.

 

 

  가족이란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을 함께하는 것이다. 결혼한 자식과 늙어가는 부모가 또한 가족이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부유해지는 생활환경이 아무리 좋아져도 가족이 없는 행복이란 없기도 하다. 하지만 현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쩌지도 못하고 헤어져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제법이나 많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어느 사이에 핵가족이 익숙해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자식이라면 그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것 또한 여전하다. 거기에 또한 자식들을 위해서 기러기 아빠와 기러기의 부모처럼 살아가는 사람의 소망은 무었일까?  오늘따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길목에서 쓸쓸하게 서있는 가로수 나무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