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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작은 이야기

내 삶의 작은 이야기/ 커피한잔의 격려

 

 

 

 

 

 

 

 

                                          커피 한잔의 격려

 

                                                                                                  이규정(李揆貞)

 

 

 올해도 어느 사이에 11월의 중순이 넘어서는 주말.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현관문을 나섰다. 하지만 혼자서는 갈 곳이 마땅찮았다. 그렇다고 누구를 불러낸다는 것 또한 번거로운 일이었다. 어디로 갈까? 한동안이나 망설이다가 생각나는 곳이 우암산이었다. 그다지 멀지도 않거니와 가볍게 산책하는 코스로는 그만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암산(牛岩山)은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하여 와우산(臥牛山)이라고도 부른다. 해발 350m. 그다지 높지는 않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는 우암산은 청주의 명소이다. 정상에는 운동기구가 있고 청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나또한 이전에는 가끔이나마 올라서는 정상에서 청주 시내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봄부터는 한번 도 다녀오지 못했던 우암산으로 핸들을 돌렸다.

 

 

 우암산으로 올라서는 우회도로에 도착해서는 11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보현사에서 올라서는 등산로에는 제법이나 많은 낙엽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제법이나 싸늘하게 스쳐가는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들이 또한 이별의 아쉬움으로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피해가지도 못하는 낙엽을 밝으며 올라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낙엽이 또한 나무와 함께 한생을 살아가던 생명체였기 때문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올라서는 정상에는 제법이나 많은 등산객들이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가벼운 운동을 하기도 하고 커피를 나눠 마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 나무숲을 휘둘러보는 얼굴이 머쓱하게 느껴졌다. 어느 사이에 슬그머니 다가서는 아주머니가 손바닥에 잡아들은 보온병을 흔들며 말했다.

 “커피가 남았는데 드릴까요.”

 나도 모르게 반기듯이 쳐다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법이나 싸늘한 바람이 스쳐가고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를 건네주는 아주머니가 요즘에도 글을 쓰냐고 다그치듯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못하는 얼굴이 붉히면서 커피를 받아들었다. 그동안 지면이나 인터넷에 발표했던 글들이 부끄러웠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법이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주고받는 말에서야 초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행사에서 만났던 분이었다. 충청타임즈에서 또한 내 글을 보았다는 아주머니가 돌아서면서는 좋은 글 많이 쓰라고 말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동행들과 내려서는 아주머니가 고맙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슬그머니 돌아서는 우암산을 내려서며 생각하니 지난해 여름부터 글을 쓰겠다는 마음에 여유가 없기도 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때늦은 공부를 하겠다고 잡아드는 책들과 씨름하면서부터는 글을 쓰겠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비록 부끄러운 글이지만 지난 여름부터 멈추었다. 그동안 격려하는 배려로 보아주던 사람이 요즘에는 왜 글을 안 쓰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글을 쓰겠다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이제야 마음의 여유를 찾겠다고 우암산을 올라서는 것은 부끄러운 글이라도 시작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연찮게 만나는 등산객의 아주머니가 또한 커피 한잔을 건네주는 격려가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었다.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또한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것이 부족한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