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아반성의 시간을 보내면서
책상에 주저앉아서 문뜩 올려다보는 11월에 달력에 아쉽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어느 사이에 올해도 끝자락에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도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없었던 시간들이 아쉽기도 했다. 이제라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주말이 되어서야 오랜만에 여유로운 마음을 찾겠다고 현관문을 나섰다. 하지만 갈 곳이 마땅찮았다. 더군다나 혼자서 갈 만한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누구를 불러낸다는 것 또한 번거로운 일이었다. 어디로 갈까. 한동안이나 망설이다가 양성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문의면의 양성산은 그다지 멀지도 않거니와 혼자서 다녀오기에는 그만한 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청원군 문의면의 양성산(壤城山 )은 역사와 전설이 깃든 산이다. 청원군의 명산으로 자연경관이 빼어나 등산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정상에서는 대청댐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가 있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제법이나 많기도 하다.
한동안이나 내달리는 승용차에서 휘둘러보는 산야가 낯설었다. 한동안이나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에서야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가을 하늘이 맑기도 하다. 검붉은 단풍들이 내려앉는 모습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멈추지 않았다. 올해도 어느 사이에 10달이나 훌쩍 흘러가버린 시간들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하는 주차장에도 제법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디서 왔는지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사람들이 올라서는 등산로에 올라섰다. 제법이나 많은 낙엽을 밟으면서 올라서는 마음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아쉬움에 순간들이 스쳐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전혀 뜻하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그것이 또한 세월의 탓이기도 하다. 노환으로 고생하시던 장인어른을 보내드리고, 아직도 노환으로 고생하시는 장모님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다고 누구도 막아서는 세월을 탓한다고 되돌려지는 일들이 아니었다.
내 삶에 교훈 하나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은 하찮은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거기에 또한 분수에 넘치는 욕심으로 붙잡고 매달리는 문방사우(文房四友)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뒤통수를 얻어 막고서야 하찮은 욕심을 버리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미련에 아쉬움이 멈추지 않는다.
한동안이나 식은땀을 흘리고서야 올라서는 정상에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겁게 흔들리는 다리를 걸치고 주저앉은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에 푸른 물빛이 출렁거렸다. 붉은 단풍들이 내려앉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하찮은 미련을 훌훌 털어버렸다. 자아반성으로 나를 돌아보면서, 한결 가벼워지는 마음으로 내려서는 양성산에는 제법이나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
'내 삶의 작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삶의 작은 이야기/ 커피한잔의 격려 (0) | 2013.11.18 |
---|---|
이규정 소설가/ 핸드폰 중독의 망각 (0) | 2013.11.14 |
이규정 소설가/ 즐거운 송년회를 보내고 돌아오면서 (0) | 2012.12.24 |
해운대에서 아름다운 만남에 즐거운 추억 (0) | 2012.04.02 |
이규정 소설가/ 직장인 극단 일탈에서 만난 택시드리벌 (0) | 2012.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