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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작은 이야기

이규정 소설가/ 핸드폰 중독의 망각

 








           
  
                              핸드폰 중독의 망각


                                                         이규정(李揆貞)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돌아서는 식당에서 오래전에 헤어졌던 지인을 만났다. 이웃잡에서 살다가 이사를 하면서부터 아무런 소식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한동안이나 반갑다는 인사를 나누고서야 핸드폰번호를 묻는데 화들짝 놀라는 눈망울이 휘둥그레 벌어졌다. 핸드폰번호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잡아드는 핸드폰을 열어보고서야 핸드폰번호를 알려주는 얼굴이 나도 모르게 발갛게 달아올라서 화끈거렸다.

 누구나 갑자기 묻는 것에서는 생각나지 않는 것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핸드폰 번호를 갑자기 묻는다고 모르다니? 핸드폰 중독의 망각의 증상이 나에게도 찾아오다니? 설마 하면서도 부정하지 못하는 현실에 어처구니없다는 한숨이 한동안이나 멈추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나는 전화번호가  얼마나 되려나 하고 세었더니 다섯에서 멈추었다. 그것조차도 한참이나 생각하고서야 기억하는 전화번호였던 것이다.

 예전에는 제법이나 많은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이용하면서부터 무관심해지는 전화번호를 기억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기도 하다. 하지만 편리한 것이 익숙해지면서부터 찾아오는 망각에 증상. 이용하지 않는 두뇌가 쇠퇴해지는 것 또한 당연한 순리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용하는 것이 핸드폰이다. 손바닥보다 자그마한 핸드폰을 이용하는 것 또한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제는 누구나 분신이나 다름없이 잡아드는 핸드폰을 이용하면서 편리해지는 것이 많기도 하다. 일상생활에 필수품이나 다름없이 이용하는 핸드폰이 잠시라도 없으면 괜스레 불안해지는 마음이 멈추지 않기도 한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물론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직접적인 대면이나 대화보다 온라인으로 사귀는 사람이 많다는 사람도 작지는 않다. 거기에 또한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지는 사업들이 많아지면서, 익명으로 가장하는 사기꾼에게 적잖은 피해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제법이나 많기도 하다.

단순 통화에서 멈추지 않는 스마트폰.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으로 비슷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기도 하다. 거기에 나처럼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소외되는 것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잠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괜스레 불안해지는 것 또한 스마트폰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하게 이용하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편리한 것이 익숙해지는 중독의 현상을 멈추기란 쉽지가 않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용하는 스마트폰의 공해가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아내와 가족은 물론 친구들보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문화가 또한 어떠한 부작용이 도래할 것인지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괜스런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