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정 소설가/ 현시대에 뒤떨어지는 촌놈

 

현시대에 뒤떨어지는 촌놈                                                                                       이규정(李揆貞)       누구도 막아서지 못하는 세월. 잠시도 멈추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올해도 어느 사이에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이전이나 다름없이 한해를 마무리하겠다고 분주해지는 12월에 들어서면서 첫눈이 내리더니, 며칠 동안이나 제법이나 싸늘해지는 날씨가 매섭기도 하다. 어디를 가든 제법이나 두툼한 옷을 걸치고. 집에서도 난방 기구를 이용해서야 그나마 견디는 한겨울에 접어들은 것이다.      오늘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겠다고 현관문을 나섰더니 제법이나 추운 날씨가 매서웠다. 약속장소를 찾아가는 길목에서는 가느다란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다. 얼마나 추운지 부들부들 떨면서 약속장소를 찾겠다고 휘둘러보는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누눈가 ‘저 여자의 엉덩이는 엄청나게 시원하겠네요.’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가 하고 휘둘러보았더니, 앞서가는 사내들이 미니스커트를 걸치고서 뒤뚱거리는 여자를 머쓱하게 쳐다보면서 중얼거리는 소리였다.      누가 무슨 옷을 입었든 상관할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나가는 여자의 옷차림을 보고서 중얼거리는 것은 엄청난 실례이다. 자칫하다가는 성폭행이라는 오해를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중얼거리듯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건네면서 지나가는 사내를 탓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머쓱하게 쳐다보던 여자의 허리에 달라붙은 치마는 내가 보기에도 얼마나 짧은지, 그녀를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민망스럽게 느껴지는 얼굴이 붉어지는 옷차림이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오랜만에 올라가는 서울에서였다. 문학행사에 참석하겠다고 올라서는 지하철에는 제법이나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한참이 지나서야 슬그머니 주저앉는 의자에서 눈을 감았다. 하필이면 허리에 달라붙은 치마를 걸치고서 올라서는 여자들이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어쩌다 올라가는 서울에서는 동서남북을 모르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지하철에서는 안내방송이나 안내 표시등을 보고서야 알아차리는 역에서 내린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안내방송은 들리지도 않았고,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 의자에서 눈을 감고 있다가 서너 역이나 지나쳐 버렸다. 촌놈이 되돌아오는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것 또한 쉽지가 않았다. 한동안이나 헤매고서야 쫓아가는 문학행사에 30분이나 지각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오늘따라 제법이나 추운 날씨가 마땅찮다는 한숨으로 몰아쉬면서 들어서는 식당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반기는 친구들에게 짧은 치마의 여자를 보고서야 생각나는 서울에서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더니, 너는 어디서나 촌티를 내고 다닌다고 타박하면서 현시대에 뒤떨어지는 놈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거기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얼굴이 머쓱해졌다. 나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뒤떨어지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어디를 가나 촌티를 내고 다닌다고 타박하는 이야기가 전혀 틀리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반복되는 하루의 일과가 집에서 직장뿐이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현장에 근무하는 사람이라 출장이라는 것도 어쩌다 한번이다. 청주에 살면서도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고서야 찾아가는 곳이 많기도 하다. 거기에 눈을 감고 주저앉았던 지하철에서 적잖은 고생을 하였으니, 한동안이나 현시대에 뒤떨어지는 촌놈이라고 타박하는 친구들이 마땅찮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현시대에 뒤떨어지는 촌놈으로 살아가는 것 또한 내 멋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