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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작은 이야기

이규정 소설가/ 친구들과 한해를 보내는 송년회에서

 

 

 

 

 

 

 

 

                         친구들과 한해를 보내는 송년회

 

 

                                                                                             이규정(李揆貞)

 

  해마다 12월에는 한해를 마무리하겠다는 행사가 많기도 하다. 주말에는 어김없이 쫓아가는 송년회에서 지난한해를 돌아보기도 한다. 신년에는 또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바라보는 소망들이 많기도 하다. 이번 주말에는 허물없이 지내던 친구들이 송년회를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겠다고 반기듯이 쫓아가는 식당에는 제법이나 많은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들어서는 식당에서 마주보고 주저앉았다. 한동안이나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인사가 멈추더니, 정년퇴직을 하고서 무엇을 할 것이냐고 주고받는 이야기기 멈추지 않았다. 어느 사이에 정년으로 퇴직한 친구들이 제법이나 많았다. 아직도 정년이 제법이나 많이 남아있는 친구들도 작지는 않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은 일반 회사보다 정년의 나이가 많았고, 회사들마다 또한 정년의 나이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나이가 동갑이라도 퇴직하는 날짜가 다르기도 하다. 만으로 계산하는 나이의 생일에 정년퇴직을 하기 때문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퇴직하는 직장의 동료들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주고받는 인사가 버릇처럼 되었다. 나또한 이제는 몇 개월이 겨우 남았다는 이야기를 건네면서 아쉽다는 한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한동안이나 주고받는 이야기에서야 이전부터 정년퇴직을 준비한 친구들이 제법이나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아직도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친구들 또한 제법이나 많았다. 적잖은 나이에 무엇을 시작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 노부모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는 친구들과 결혼이 늦어진 친구들은 걱정스런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노환으로 고생하는 노부모를 봉양하고, 아직도 공부하는 자식들의 교육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어느 사이에 노령화시대에 접어들었다. 편리한 것에 익숙해지면서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지구촌이라는 세계화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인적자원이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인적자원이 없어서는 인적자원이 많은 국가와 경쟁한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산아를 기피하는 현실, 거기에 한참이나 일할 나이에도 정년이라는 것을 막아서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한동안이나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이야기에도 건배를 하겠다고 치켜드는 소주잔이 제법이나 많기도 했다. 시간이 어느 사이에 흘러갔는지 10시가 넘어서야 슬그머니 일어서는 식당에서 나섰다. 곧바로 헤어지는 것이 아쉽다는 친구들이 맥주를 마시자며 붙잡았다. 곧바로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슬그머니 뿌리치는 길목으로 돌아섰다. 나는 밀밭에만 가도 술이 취하는 사람이다. 거기에 서너 잔이나 마신 소주에도 예민해지는 아랫배가 구물거렸기 때문이다.

 

 

  택시를 잡겠다고 머뭇거리는 길목에서는 날 보라는 듯이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이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어느 사이에 정년퇴직이라는 나이가 되어서는, 그동안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잊어버렸는지 모르겠다는 한숨을 몰아쉬면서, 나도 모르게 지난 세월이 스쳐가는 머리가 또한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슬그머니 막아서는 택시에 주저앉아서는 아쉽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어지럽게 흔들리는 머리에서 스쳐가는 추억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