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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무리에 스쳐가는 추억과 소망
生의 한가운데
2012년 12월 03일 (월) 이규정 <소설가> webmaster@cctimes.kr

 

 

달무리에 스쳐가는 추억과 소망

   
 
   
 

 

                                                      

                                                                 이규정 <소설가>

 올해도 어느 사이에 한해를 보내는 12월에 들어섰다. 마지막 달력을 바라보면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행사가 많기도 하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문들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행사가 끝나고서도 곧바로 헤어지는 못하는 동창들과 평창으로 내달렸다. 원당에서 쉼터라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또한 초등학교 동창이었기 때문이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쫓아가는 쉼터에 주저앉았다. 맥주잔을 나누면서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어느 사이에 적잖은 나이가 되어서도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지금에서 생각하면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애틋하게 느껴지는 추억에 빠져드는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어느 사이에 적잖은 세월이 흘러버린 추억들의 이야기. 이제는 아득하게 멀어지는 추억과 함께 보이지 않는 친구가 작지는 않다. 올해도 한생을 마감하고 떠난 친구들이 아쉽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리 아쉬워도 어쩌지도 못하는 친구의 그리움에 젖어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제라도 갑자기 떠나는 친구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고받는 맥주가 제법이나 많았다.

 

 

 

 한밤중이 되어서도 멈추지 않은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새벽이 가까워서야 방문을 나섰더니 수없이 많은 별빛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머쓱하게 올려다보는 밤하늘에서는 오색 무지갯빛 달무리가 반기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또한 반기듯이 올려다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누가 그림을 그려놓은 듯이 쟁반처럼 둥근 원형의 모습이 뚜렷한 달무리였기 때문이다. 제법이나 싸늘한 바람이 스쳐갔지만 달무리를 올려다보는 눈길이 멈추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애틋한 추억들이 아른거리는 달무리에 빠져들고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를 보내던 시절에는 마루와 헛간에서 잠자는 날이 많았다. 누에는 집안에서 키워야 했고, 장마철에 썩어가는 고추를 널어놓은 방안에 군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마루나 헛간에서 밤잠을 설치며 올려다보는 달무리가 무엇보다 원망스러웠던 것은 비가 온다는 징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올려다보는 달무리에 꿈과 소망을 빌기도 했다. 밤늦도록 철없이 돌아다니던 시절에는 등불이나 다름없던 달무리에 스쳐가는 추억들이 참으로 많기도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방문을 나서는 친구들 또한 달무리를 반기듯이 쳐다보는 눈길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라도 쟁반처럼 둥근 원형이 뚜렷한 오색 무지갯빛 달무리를 본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달무리에 스쳐가는 추억에 빠져들고 있었다. 머리에 내려앉는 하얀 서리가 또한 애틋한 추억을 부르는 꽃나비처럼 느껴졌다. 괜스레 심술부리듯이 스쳐가는 바람이 제법이나 차가웠지만 달무리를 쳐다보는 눈길이 멈추지 않았다. 제법이나 차가운 바람에 추워지는 몸뚱이가 부들부들 떨려서야 잔기침을 쿨룩거리며 돌아서는 방으로 들어섰다.

 

 

 

 친구들과 들어서는 방바닥에 누워서도 달무리에 스쳐가던 추억들이 아른거렸다. 아무리도 아쉬워도 자꾸만 멀어지는 추억들이 아쉽기도 하다. 오늘이 또한 지나면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 추억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빠른 세월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살아가는 것은 후회 없는 삶. 어떻게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바라보는 창문에는 오색 무지갯빛 달무리가 싱긋이 웃으며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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