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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겸손으로 가르치던 교훈
生의 한가운데
2012년 08월 27일 (월) 이규정 <소설가> webmaster@cctimes.kr

              

 

 

 

엄마가 겸손으로 가르치던 교훈

 

                                                                                                        이규정 <소설가>

올해도 한여름의 무더위가 여간 아니었다. 오랜 가뭄과 함께 불가마처럼 달아오르는 무더위를 견디기란 쉽지가 않았다. 오늘도 퇴근을 하면서도 얼마나 무더운지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마에 식은땀을 훔치면서 마주보는 길목에 할머니와 내려서고 있었다. 입술에 달라붙었던 아이스크림을 불쑥 내미는 어린아이가 할머니도 먹으라고 말했다. 반기듯이 한 모금 잘라먹는 시늉을 하면서 어린아이를 끌어안는 할머니가 고맙다는 말씀이 한동안이나 멈추지 않고 있었다.

 

 

나는 어린 손자에게 고맙다는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엄마가 스쳐가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할머니의 모습이 지난해 돌아가신 엄마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할머니가 고맙다는 말에서 또한 엄마가 버릇처럼 건네던 말씀이 귓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다 찾아가는 엄마가 반기면서 건네는 첫마디가 고맙다는 말이었다. 그때마다 뭐가 고맙냐고 타박하면 아무런 탈 없이 살아가는 것이 고맙다는 말씀을 버릇처럼 하셨다.

 

 

 

언제나 하찮은 핑계로 어쩌다 찾아가는 아들이 고맙다는 엄마. 가끔이나마 하찮은 용돈이라도 건네면 미안하다는 말씀이 또한 멈추지 않았다. 뭐가 미안하냐고 다그쳤지만 돌아가시기 전까지 여전했다. 가난을 물려준 것이 염치없다고 생각하는 엄마가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씀은 누구도 못 말리는 버릇이었던 것이다.

 

 

엄마의 여전하던 버릇은 노환으로 입원하는 병원에서야 멈추었다.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기력으로 아무런 말도 못하는 벙어리가 되었다.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무슨 말이든 해보라고 다그쳤다. 하지만 아무리 다그쳐도 아무런 말도 못하는 엄마가 고맙고 미안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버릇은 여전했다. 그런데 하루는 어떻게 기운을 차리셨는지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나도 모르게 끌어안는 엄마가 오히려 고맙다는 한숨이 한동안이나 멈추지 않았다.

 

 

엄마가 하루는 기운을 차리는가 싶더니 다음날 아침에 마지막 길을 떠나셨다. 유언처럼 마지막으로 건네는 말씀이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자신의 뱃속에서 태어나고 헌신으로 길러준 자식에게 무엇이 고맙고 미안하다는 것인지. 적잖은 나이에도 철없는 불효자식은 괜스런 자격지심이라고 타박이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를 보내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아차리는 엄마의 겸손. 하찮은 욕심보다는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마음. 자식에게도 겸손을 미덕으로 살아오신 엄마가 버릇처럼 가르치는 교훈이 바로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씀이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마약이나 다름없다. 끝없는 욕심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겸손에 미덕이다. 거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이 없으면 아무런 발전이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반성하고,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라는 교훈이었다.

 

 

 

언제나 한결같이 불효한 자식에게도 겸손이라는 미덕으로 살아오신 엄마. 아름다운 삶의 지혜를 유산으로 남겨주고 떠나신 것이다. 엊그제 같은데 어느 사이에 한 해를 보내면서 무심해지는 교훈을 잊었다. 우연찮게 손자에게 고맙다고 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되살아나는 교훈.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엄마가 버릇처럼 건네던 말씀이 귓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자식에게도 고맙고 미안하다는 엄마가 겸손으로 가르치는 교훈에 감사하는 마음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가 살아 생전에 무심했던 불효에 용서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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