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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생의 한가운데 / 무질서한 핸드폰 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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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한 핸드폰의 공해
生의 한가운데
2012년 11월 12일 (월) 이규정 <소설가> webmaster@cctimes.kr

 

 

무질서한 핸드폰 공해

 

                                                     이규정 <소설가>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전화라는 것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외부사람들과 연락수단이라고는 편지가 고작이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야 전화국에서 이용하는 전화기가 수동식이었다. 부잣집에서나 구경하던 전화기가 80년대가 되어서야 일상화 되었다. 어느 사이에 적잖은 세월과 함께 발전하는 무선전화기가 핸드폰이다.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이용하는 핸드폰이 없어서는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멈추지 않는다. 혹시라도 중요한 전화라도 온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어쩌다 핸드폰을 두고서 출근하는 날에는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아내에게 가져오라는 핸드폰을 받아들고서야 안도하는 한숨이 멈추지 않는다. 잠시도 핸드폰이 없어서는 불안한 마음이 멈추지 않는 핸드폰 중독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요즘에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핸드폰을 이용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이제는 수명이 다하는 핸드폰을 바꾸지도 못하는 것은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용하지 못하는 핸드폰이 부끄럽기도 하다. 혹시라도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가끔은 유행어처럼 바뀌는 핸드폰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 이제는 바꿔야지 하면서도 머뭇거리는 것은 정든 것은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습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손바닥보다 자그마한 핸드폰의 글씨가 또한 작기도 하다. 깨알처럼 보이는 숫자를 알아본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가끔은 굵고 짧은 손가락으로 엉뚱한 전화번호에 통화버튼을 누르기도 한다. 거기에 엉뚱한 사람에게 전송되는 문자메시지 때문에 괜스런 오해를 받기도 한다. 지난번에는 친구에게 만나자고 보내는 메시지가 업무관계로 알고 지내는 아주머니에게 전송되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조용한 식당에서 만나자는 메시지였다. 남편이 보면 어쩌나 하고 기겁하고 놀랐다는 아주머니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건네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서 화끈거렸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핸드폰. 이제는 컴퓨터나 다름없는 핸드폰을 이용하는 용도가 다양해졌다. 일상생활에서도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필이면 갑자기 구물거리는 아랫배를 움켜쥐고 쫓아가는 화장실에 주저앉은 사람이 또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달랑 하나인 화장실에 무슨 게임을 하는지 한참이 지나서도 나오려는 생각조차 않았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요란스럽게 두들기는 노크소리에서야 화장실을 나서는 사내가 마땅찮다는 듯이 쏘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못하고 들어서는 화장실에 주저앉아서 천만다행이라는 한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무질서하게 사용하면 적잖은 부작용이 따른다. 핸드폰을 이용하는 것 또한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스팸전화에 하루의 일을 망치기도 한다. 핸드폰을 이용하는 사기꾼들이 또한 작지는 않다. 그렇다고 무엇보다 편리해진 핸드폰을 탓하기 보다는 올바르게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닌데 지켜지지 않는 것은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부족해서다.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또한 아름다운 삶의 미덕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 주위를 돌아보며 핸드폰을 이용하는 것 또한 당연한 도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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