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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에서

이규정 소설가/ 충청타임즈/적잖은 나이에도 철없는 사내의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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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사내의 반성
生의 한가운데
2012년 10월 16일 (화) 이규정 <소설가> webmaster@cctimes.kr

 

 

   
 
   
 

         적잖은 나이에도 철없는 사내의 반성

 

                                                    

                                                      이규정 <소설가>


올해도 어느 사이에 가을이 익어가는 하늘이 맑기도 하다. 수정처럼 맑은 하늘에서는 제법이나 따가운 햇살이 쏟아진다. 아침저녁으로 제법이나 서늘한 바람이 스쳐가는 가을에도 다양한 행사가 많기도 하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쫓기는 사람이라서 참석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빠지지도 못하는 참석하는 문학행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다.

 

 

 

행사가 끝나고서는 7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저녁을 먹겠다고 쫓아가는 식당에는 제법이나 많은 손님들이 주저앉았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이야기기 멈추지 않았다. 나또한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마주보고 주저앉아서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한동안이나 주저앉은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려는 낌새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려면 서너 시간이 걸리는 식당이었다. 괜스레 조급해지는 마음으로 불러 세우는 종업원에게 주문한 음식이 늦는다고 다그쳤다. 죄송하다는 인사가 멈추지 않는 종업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몰려드는 손님들이 제법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찮다는 듯이 쏘아보며 다그치던 종업원은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낙이었다.

 

 

 

내가 다그치던 종업원이 돌아서기도 전에 이게 뭐냐는 고함소리가 날아들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휘둘러보는 식탁에서 쌍그렇게 쏘아보는 사내가 손바닥에 잡아들은 머리카락을 내밀었다. 기겁하고 놀라서 받아드는 종업원이 죄송하다는 인사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쌍그렇게 쏘아보는 사내가 위생이 어쩌고 하면서 다그치는 고함소리가 제법이나 요란스러웠다.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새파랗게 질려가는 종업원이 안타깝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청결이다. 누구라도 자기가 먹는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면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그렇다고 중죄인처럼 다그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누구라도 실수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주문한 음식이 늦어지는 것 또한 고의가 아니었다. 오늘따라 갑자기 몰려드는 손님이 제법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괜스레 늦는다고 다그쳤던 종업원이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식당주인이 한동안이나 빌어서야 조용해지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일어섰다. 여전히 분주하게 쫓아다니는 종업원에게 기념품을 내밀었다. 행사장에서 받았던 기념품은 분홍색 수건과 볼펜이었다. 엉겁결에 받아드는 종업원이 휘둥그레 벌어지는 눈망울을 껌뻑거렸다. 괜스레 다그쳐서 미안하다는 인사를 건네면서야 싱긋이 웃는 종업원이 고맙다는 인사가 멈추지 않았다.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내려앉는 식당을 나서면서 바라보는 시계가 9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버스에 주저앉아서는 나도 모르게 자책하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아어느 사이에 적잖은 나이를 먹어서도 조급해지는 마음으로 쏘아보던 종업원을 다그쳤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난 일을 후회하면서 자책하는 것 또한 어제 오늘이 아니다. 아직도 철이 없어서인지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에는 후회하는 일이 많기도 하다. 언제나 철이 들는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며 바라보는 창문에는 하얀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도 지난 하루를 반성하면서 스쳐가는 것 또한 후회스러운 일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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