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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작은 이야기

조금 있어도 배푸는 보시는 천배의 가치가 있다.

 

 

 

 

 

 

 

 

               조금 있어도 배푸는 보시는 천배의 가치가 있다.

 

 

 

 

 

   나는 주말도 없이 돌아가는 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다. 일반적으로 현장사원이라고 하지만 속된말로 공돌이라고도 한다. 주야로 교대하는 직장이 또한 제법이나 멀어서 이용하는 통근버스를 놓쳐서 택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어제도 야간근무를 하겠다고 출근하는 직장에서 밤을 새웠다. 새벽이 되어서야 출근하는 동료들과 교대를 하는 직장에서 퇴근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이전이나 다름없이 퇴근준비를 하면서 쫓아가는 휴게실 의자에 주저앉았다. 통근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 쉬려고 주저앉은 휴게실에서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누군가 깨워서야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더니 통근버스가 출발한지 한참이나 되었다. 괜스레 주저앉았다고 후회하며 정문을 나섰지만 어제 오늘이 아니다. 야근근무에는 걸핏하면 깜빡 잠들었다가  통근버스를 놓치고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어느 사이에 버릇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정문을 나서면서도 괜스레 졸았다고 후회하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직장은 청원이고 집은 청주라서 택시비가 또한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걸어오지도 못하고 잡아타는 택시기사의 얼굴이 시큰둥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첫손님이 택시비를 깎아달라고 하더란다. 설마 하면서 무슨 손님이 택시비를 깎아달라고 그러느냐고 말했더니,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로 핸들을 움켜잡은 택시기사가 마땅찮다는 한숨을 몰아쉬며 늘어놓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택시기사가 첫손님은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쫓아가는 사람이었다. 오창읍에서 청주고속버스정류장은 제법이나 멀어서 택시요금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기는 것은 장거리 손님이다. 더군다나 첫 손님이 장거리 손님이라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달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류장에 도착해서야 내리는 손님이 택시비가 많다며 깎아달라고 하더란다. 그것도 정말로 돈이 없어서 사정하는 사람이라면 봐주겠는데, 얼핏 보아서도 돈이 제법이나 많아보는 중년사내가 택시비를 깎아달라면서도 거드름을 피우더라는 것이다.

 

 

 

 

 

  택시기사는 어쩌지 못하고 깎아주는 택시비가 아깝다고 투덜거렸다. 그놈 때문에 재수가 없어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나를 태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 설마 하면서 휘둘러보는 창문아래에 하얀 종이가 보였다. 슬그머니 잡아들고 훑어보았더니 한편의 시처럼 적혀있는 글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어떤 이는 조금 있어도 베풀고

  어떤 이는 많아도 베풀지 않으니

  조금 있어도 베푸는 보시는

  천재의 가치가 있다.

 

 

 

  주기 어려운 것을 주는 사람들

  하기 어려운 것을 하는 사람들

  옳지 못한 사람은 흉내 낼 수 없으니

  옳은 사람의 가르침은 따르기 쉽지 않네.

 

 

 

  옳지 못한 사람과 옳은 사람은

  죽은 후 가는 곳이 다르니

  옳은 사람은 좋은 곳으로 가고

  옳지 못한 사람은 나쁜 곳으로 간다네.

 

 

 

 

  베푸는 사람에게 복은 늘어가고

  지혜로운 사람은 원망이 없으며

  선한 사람은 나쁜 과보를 받지 않고

  탐진치(貪瞋癡)는 다하여 열반하라.

 

 

 

 

   나는 한동안이나 훑어보고서야 택시기사에게 보여주면서 누구의 시냐고 물었다. 싱긋이 웃으며 돌아보는 택시기사는 아내가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면서 부적과 함께 건네주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괜스레 시비를 붙는 손님과 부딪치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부탁하는 글이 남다르게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도 아내가 읽어보라는  글을 보고서야 참았다는 택시기사가 이전 같았으면 그놈의 멱살잡이를 하서라도 택시비를 모두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이나 택시기사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볼펜과 백지를 잡아들었다. 다행히 창문아래에 볼펜과 백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적으면서 집앞에 멈추는 택시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얼마나 졸리는지 쓰러질듯이 널부러지는 침대에서  한동안이나 깊은 잠속에 빠져들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일어나서 잡아들고 훑어보는 부처님의 말씀에 적잖은 교훈을 얻게 된 것이다.

 

 

 

제물이 아무리 많아도 베풀기는커녕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욕심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욕심. 거기에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려는 사람이 죽어서도 가는  길이 다르다는 교훈의 글. 조금 있어도 베푸는 보시는 천배의 가치가 있다는 말씀에는 나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반성이 한동안이나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