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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작은 이야기

이규정 소설가/ 나도 그녀를 닮은 여자이고 싶다

 

 

 

 

 

   
 

이규정 <소설가>

 

        

 

     나도 그녀를 닮은 여자이고 싶다.

 

 

                                                              이규정 소설가

 

나는 주야로 교대하는 직장에 출퇴근하는 사람이다. 주간에는 이른 새벽에 출근하고 야간에는 저녁 시간에 출근한다. 주간에는 남들처럼 저녁 시간에 퇴근하지만 야간에는 아침이 되어서야 퇴근하는 직장이다. 직장이 또한 제법이나 멀어서 통근버스를 이용한다. 고유가 시대에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적잖은 기름 값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이른 새벽에 출근하겠다고 현관문을 나섰더니 뽀얀 물안개가 내려앉고 있었다. 게슴츠레한 눈망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쫓아가는 정류장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통근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통근버스를 기다리는데 다급하게 쫓아오는 발자국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누군가 하고 머쓱하게 쳐다보는 길목에서 다급하게 쫓아오는 사람은 협력사에 근무하는 여자였다. 그녀가 또한 통근버스를 타겠다고 헐레벌떡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가 언제부터 통근버스를 함께 이용했는지 모른다. 적잖은 사람들이 통근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쫓아오던 그녀는 우리를 보고서야 안도하는 한숨을 몰아쉬면서 핸드폰을 잡아들었다. 아침을 먹고 학교가라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녀의 입술에서는 걱정스런 한숨이 멈추지 않는다. 누구라도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하는 주부들은 거울을 들여다보는 여유조차 없다. 오늘따라 얼마나 바빴으면 헐레벌떡 쫓아오던 그녀의 얼굴에는 뽀얀 물안개가 내려앉고 있었다.

 

 

 

 

어느 사이에 슬그머니 다가서는 통근버스가 멈추어서야 핸드폰을 접는 그녀가 돌아섰다. 이슬에 젖은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쓸어 올리며 통근버스에 올라서는 그녀의 입술에서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슬그머니 주저앉는 통근버스가 출발하기도 전에 무겁게 내려앉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녀가 고개가 창문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어느 사이에 잠이 들었는지 화장기 없는 얼굴에도 하얀 백합꽃처럼 예쁘게 보였다. 그렇다고 얼굴이 예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른 새벽부터 가족들 때문에 고생하는 그녀의 모습이 하얀 백합꽃처럼 예쁘게 느껴지고 있었다.

 

 

 

 

통근버스에 주저앉아서 잠드는 사람은 그녀뿐만이 아니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무겁게 내려앉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사람들은 어쩌지도 못하는 생리현상이다. 퇴근하는 통근버스에 주저앉아서도 무겁게 내려앉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루의 근무를 마치면서 긴장하던 마음이 풀리기 때문이다. 가끔은 얼마나 피곤한지 자신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지나가버린 집이 멀기도 하다. 다급하게 세우는 통근버스에 내려서면서 괜스레 잠들었다고 후회하는 한숨이 멈추지 않지만 어쩌지도 못하는 생리현상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퇴근하는 통근버스에 주저앉아서 자신도 모르게 무겁게 내려앉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잠이 깨어서는 화들짝 놀라는 눈망울이 휘둥그레 벌어졌다. 통근버스가 어느 사이에 집에서 한참이나 멀어지는 정류장으로 내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세우는 통근버스에 내려섰더니 그녀가 또한 다급하게 내려서는 길목으로 돌아섰다. 집으로 헐레벌떡 쫓아가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제법이나 싸늘한 바람이 스쳐가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머쓱하게 쳐다보며 돌아오는 집이 참으로 멀기도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집이 가까워지는 길목에 엄마다! 하는 소리가 제법이나 요란스럽게 들려다. 머쓱하게 쳐다보니 그녀를 마중 나온 꼬맹이들이다. 얼핏 보아서도 6 살의 계집아이와 넷으로 보이는 사내아이였다. 마중 나온 아이들이 화들짝 반기면서 끌어안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 또한 얼마나 반가웠는지 겅중겅중 뛰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들을 머쓱하게 쳐다보면서 나도 모르게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바로 저런 모습이라고 중얼거렸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한다.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산다는 것 또한 행복한 삶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라도 하찮은 욕심으로 현실에 만족하기란 쉽지가 않다. 괜스런 욕심이 더해지는 것만큼 멀어지는 행복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그녀는 주야로 교대하는 직장에서 적잖은 고생을 하면서도 함박꽃처럼 하얀 웃음꽃이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나도 그녀를 닮은 여자이고 싶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것을 알아차리는 그녀가 부러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