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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2박3일의 여행을 다녀오고서
언제나 한해를 시작하면서 바라보는 소망과 함께 계획하는 일들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사이에 한해를 보내면서 이루어지는 것도 많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 또한 작지는 않다. 올해도 어느 사이에 12월이 되었지만 시작조차 못하는 일들이 많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도 탓하지도 못하는 것은 나의 자신에게 달려있는 일들이다. 하다못해 가족들과 오붓한 여행을 한번 다녀오는 것조차 못하였으니 참으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거기에 또한 갈증을 출간하고부터는 아무런 작품구상을 못하였다는 것이 한심스럽기도 했다.
12월에에 들어서야 모처럼 월가를 내고 주말을 이용하는 여행을 다녀왔다. 신혼살림을 차리던 울산에서 하룻저녁을 보내고 포항과 거쳐서 고향인 제천을 다녀오게 된 것이다. 청소년 시절을 보내던 울산에서는 참으로 많은 사연들이 숨어드는 곳이다. 낙숫물이 떨어지는 셋방에 살면서 얼마나 서러웠는지 나도 모르게 떨어지는 눈물에 찬밥을 말아먹기도 했다. 수도 요금 때문에 친구들이 놀러오는 것조차 주인의 눈치를 보고 전기요금 때문에 전깃불을 켜는 것조차 주인눈치를 보면서 살았던 곳이다.
정자에서부터 바라보는 동해바다에 굿은 빗줄기가 멈추지 않았다. 눈이 아니라서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는 한숨을 몰아쉬었다. 무슨 심술이 났는지 사납게 몰아치는 파도가 갯바위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하지만 아무런 말없이 동해바다를 마주보고 주저앉은 갯바위에 하얀 소금 꽃이 피어올랐다. 소금 꽃을 머쓱하게 바라보면서 나또한 등줄기에 하얀 소금 꽃을 피우던 시절이 스쳐가고 있었다. 요즘은 난방시설이 좋아진 설비가 다행이지만 난방은커녕 안전시절조차 낙후된 공장에서 고생하던 시절에는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던 몸뚱이에 하얀 소금 꽃이 달라붙어서 반짝거렸기 때문이다.
구룡포에서 아침을 먹는 식당에서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경상도 사투리가 구수한 할머니의 모습이 어머니의 모습과도 닮았기 때문이다. 지난여름에 어머니를 보내면서 후회하는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하지만 돌아가신 뒤에서야 참회하는 불효는 때늦은 후회일 뿐이다. 고향을 다녀오는 것 또한 부모님의 산소라도 찾아가야겠다는 핑계에서였다. 겨울비가 내리는 부모님의 산소에서도 생전에서의 불효를 후회하였지만 때늦은 후회일 뿐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이번 여행은 신작구상을 하겠다는 것이 또 하나의 핑계였다. 하지만 지난 시절을 돌아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절을 돌아보는 것 또한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것에 하나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2박3일의 여행을 다녀오면서 적잖은 피곤이 몰려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이 없는 쉼터에도 고우신 걸음으로 다녀가신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쉬어야겠다. 아직은 부끄럽게 느껴지는 글이 고작인 저의 쉼터를 살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리면서 올해를 보내는 12월에도 뜻하시는 소망을 이루시기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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