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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작은 이야기

이규정 소설가/ 극단 일탈의 오아시스 세탁소

 

 

 

 

 

 

극단 일탈의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이규정 <소설가>

 

연극이란 무대에서 연기를 통하여 전달하는 종합예술이다. 희곡과 배우는 물론 무대와 관객이 있어야 가능한 예술이다. 거기에 작품을 전달하는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 무대미술, 장치, 조명효과 외에도 적잖은 장비들이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아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더군다나 빠듯한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연극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매년 실시하는 근로자문화예술제에 참여하는 극단이 제법이나 많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올해도 제32회 근로자문화예술제에 참석하는 극단이 제법이나 많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지방에서 참석하는 극단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지난해에 유일하게 대전에서 참석하는 극단이 일탈이라는 극단이었다. 금년에도 지방에서 유일하게 참석하는 극단 일탈은 연극을 사랑하는 직장인들의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직장생활에 쫓기면서도 남다른 열정으로 발표하는 작품들이 제법이나 많았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체계적은 활동을 위하여 일탈이라는 극장을 창립하게 된 것이다.

 

 

 

나는 연극에 무지한 사람이라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근로자문화예술제 수상자가 되어서야 어울리는 연극인들이 근로자문화 예술제 수상자들이다. 한국근로문화예술인협회를 창립하면서부터 남다른 관심으로 관람하는 연극이 많아졌다. 더군다나 이번에 일탈에서 공연하는 연극은 청주에서 1시간이면 족한 거리이다. 친구들은 몰론 아내의 친구들과 공연을 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반갑지 않은 태풍으로 비상근무에 붙들리는 친구들은 주저앉고 말았다. 어쩌지 못하고 아내의 친구들과 쫓아가는 공연장은 대전시 중구 문화원이었다.

 

 

 

아내의 친구들과 들어서는 공연장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처음으로 만나는 이미연씨가 반겨주는 것이 고맙기도 했다. 일탈극단의 김민 대표님 또한 처음 만나는 분이었지만 후덕하신 인품으로 반겨주었다. 하지만 공연준비에 바쁘신 분들이라 간단한 인사가 멈추기도 전에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엉거주춤 주저앉는 객석에서 휘둘러보는 공연장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또한 제법이나 많았다.

 

 

 

일탈에서 이번에 공연하는 연극은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이라는 작품이다. 2003년에 초연된 이래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으며, 2005년에는 전용 극장까지 생겼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인기리에 공연하는 극단이 제법이나 많고 2010년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공연장에서야 알아차리는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연극 공연의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오아시스 세탁소를 운영하는 강태국(김대영)은 천성적으로 순박한 청년이다. 아내 장민숙(최용주) 또한 순박하면서도 쪼들리는 살림 때문인지 하찮은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늘어놓는 불평불만이 귀엽기도 하다. 어느 사이에 슬그머니 들어서는 손님은 40년 전에 맡겼다는 어머니의 두루마기를 찾았다. 강태국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세탁일지를 들척거리며 40년 전에 맡긴 두루마기를 찾는다. 다행이 강태국이 찾아드는 두루마기를 보고서 어머니를 만난 듯이 감격하는 손님은 고맙다는 한숨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손님이 있기 마련이다. 세탁소에도 괜스런 트집을 잡는 손님이 제법이나 많았다. 하루는 얼음 빙과를 먹으면서 들어서는 어린 아이가 어머니가 맡긴 세탁물을 달라고 했다. 소녀의 입술에 묻은 빙과를 닦아주는 강태국은 어린 소녀에게 소녀의 키보다 크게 보이는 세탁물을 보낼 수가 없었다. 어쩌지 못하고 잡아드는 세탁물을 배달해주겠다고 소녀와 함께 나섰다. 그런데 한참이나 지나서야 들어서는 소녀의 어머니가 성희롱을 했다고 다그쳤다. 오해라고 항변하는 강태국이 절망하는 한숨소리를 듣는 객석에서도 안타까운 한숨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세탁물을 배달하는 염소팔(김영우) 또한 순진한 청년이다. 하지만 그도 사내인지라 적잖은 돈을 괜스레 쫓아가는 술집에서 날려버리는 모양이다. 적잖은 빛으로 빼돌리는 세탁물이 작지는 않았다.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장민숙이 자식처럼 타이르지만 여전히 허파에 바람이 들은 염소팔에게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철없는 딸이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다그치는 것 또한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세탁소의 수입으로 어림없는 어학연수를 걱정하는 장만숙이 하찮은 불평을 늘어놓는다. 조금만 참아보자고 달래는 강태국은 여전히 천직으로 생각하는 세탁소에 하찮은 불평불만이 없었다.

 

 

 

 

 

간병인으로 근무하는 서옥화(조영이)는 세탁소에 들어서기도 전에 똥오줌의 지저귀가 그득한 손가방을 내밀었다. 냄새가 난다고 기겁하는 장만숙이 마땅찮다는 다그침에도 물러서려는 기척조차 없었다. 오히려 배가 불렀다고 빈정거리는 서옥화는 단골고객을 괄시한다고 다그쳤다. 하지만 여전히 마땅찮다는 듯이 쏘아보는 장만숙은 그놈의 노인은 죽지도 않는다고 쫑알거렸다. 자식의 등쌀에 죽을 시간이 없다고 중얼거리는 서옥화는 노인들의 자식이 원망스럽다는 한숨을 몰아쉬었다.

 

 

 

서옥화가 간병하는 노인은 재벌이나 다름없는 부자였다. 하지만 불량배나 다름없는 자식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적잖은 재산이다. 이제는 죽어가는 노인이 얼마나 못 믿었으면 선뜻 물려주지 못하는 재산을 감추어버린 모양이다. 어떻게든 그 재산을 찾겠다고 쫓아오는 자식들이 어디에 감추었느냐고 다그쳤다. 어처구니없다는 한숨을 몰아쉬는 강태국은 죽어가는 어머니부터 보살펴야지 무슨 재산을 찾느냐고 타일렀다. 하지만 그런다고 물러서는 인간들이라면 쫓아오지도 않았다. 어느 사이에 재산을 숨겨둔 흔적이라도 찾겠다고 쫓아다니는 세탁소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장만숙은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노인의 자식들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재물에 미쳐버린 그들을 감당하기란 어림없는 짓이다. 머쓱하게 쳐다보던 서옥화와 염소팔이 달려들면서 패싸움이 벌어졌다. 절망하는 한숨을 몰아쉬며 쳐다보는 강태국은 자신도 모르게 절망하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노인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돌아서는 아들이 유산을 찾는 사람에게 50%를 주겠다고 말했다. 장만숙과 서옥화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휘둥그레 벌어지는 눈망울을 껌뻑거렸다. 염소팔은 어느 사이에 유산을 찾겠다고 기웃거리는 고개가 적잖은 세탁물을 훑어보고 있었다.

 

 

 

한동안이나 절망스런 한숨을 몰아쉬던 강태국은 얼마나 억울했는지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세탁소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장만숙이와 서옥화가 말려서 겨우 참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는 신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강태국이의 눈치를 보면서 재물을 찾겠다는 노인의 자식들이 도독고양이처럼 숨어들었다. 장만숙이와 딸은 물론이고 서옥화와 염소팔이가 또한 50%를 주겠다는 노인의 재산을 찾겠다고 달려들었다. 여전히 절망하는 탄식이 멈추지 않는 강태국은 아버지가 유산처럼 물려주신 세탁기록부를 잡아들면서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한참이나 세탁기록부를 훑어보며 탄식하는 강태국은 아버지에게 어떡하면 좋으냐고 다그치듯이 하소연을 하였다. 그 순간에도 노인의 재산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눈망울에는 허욕이 그득한 불빛이 번쩍거렸다. 도독고양이처럼 숨어서 찾아다니는 그들을 알아차리는 강태국은 재물에 미쳐버린 그들을 세탁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여전히 도독고양이처럼 쫓아다니는 그들을 세탁기에 잡아넣고서야 안도하는 한숨을 몰아쉬는 강태국은 사람의 마음도 세탁하는 기술에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한참이 지나서야 하얀 마음으로 세탁되어 나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끝나는 연극이 천만다행이라는 한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감상하면서 천륜조차 역행하는 사람들이 그들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어느 사이에 재물이나 하찮은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나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별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멈추면서 적잖은 반성을 하기도 하였다.

 

 

 

세탁물보다 못한 사람을 세탁하는 오아시스 세탁소. 재물이나 하찮은 권력보다 성실한 사람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연극에 힘찬 박수를 보내면서 일어서는 공연장을 나섰다. 모처럼 좋은 공연으로 즐거웠던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서 그동안 수고하여 주신 일탈 극단에 감사하는 마음이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김민 일탈극단대표 

 
 
   
 
대전 최초의 직장인 극단 일탈

 

극단 일탈은 대전 최초의 직장인 연극 동호회라고 한다. 극단대표 김민 씨를 비롯하여 연극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서 발표하는 연극이 제법이니 많았다고 한다. 2008년에는 6명으로 시작했지만 그동안 꾸준히 발전하는 극단에 식구들이 어느 사이에 30명이 넘어선다고 한다.

 

 

 

연극은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불가능한 종합예술이다. 4대 조건인 희곡과 배우는 물론 무대와 관객이 있어야 가능한 예술이다. 그렇다고 조건만 된다고 이루어지는 연극이 아니다. 적잖은 연습에 또한 적잖은 장비가 필수조건이다. 더군다나 직장인들이 빠듯한 직장생활에 쫓기면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일이다.

 

 

 

극단 일탈에 단원들이 또한 직장인들이다. 하나같이 빠듯한 직장 생활에 쫓기면서도 남다른 열정이 멈추지 않는 일탈. 그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기대하는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쉽지도 않은 연극에 노력하는 일탈에 힘찬 박수를 보내면서 다음 작품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연극에 남다른 열정의 일탈극단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