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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무심천/ 신묘(辛卯)년의 새해를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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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辛卯)년의 새해를 맞으면서
무심천
2011년 01월 04일 (화) 충청타임즈 webmaster@cctimes.kr
   
 
   
 
이규정 <소설가>

한동안이나 경인(庚寅)년을 보내면서 송년분위기가 떠들썩했다. 해마다 연말이면 반복되는 연례행사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에도 한 해를 마무리하겠다는 행사가 제법이나 요란스러웠다.

하지만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언제나 쓸쓸하다. 열심히 살겠다고 노력했지만 작심삼일에 멈추는 일들이 제법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한 해를 시작하는 신정에는 가족들과 조용하게 보낸다.

신년계획을 설계하면서 신년에는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것들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작심삼일에 멈추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또한 버릇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무의미한 삶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반드시 이루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삶의 향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올해는 신묘(辛卯)년으로 토끼의 해라고 한다. 토끼는 초식동물로 귀가 길고 앞발은 짧고 뒷발은 길다.

자연스레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애완동물로 키우기도 한다. 예전에는 고기와 털을 얻기 위한 적잖은 토끼를 키우면서 살기도 했다.

나또한 어린 시절에는 적잖은 토끼를 키우고 토끼를 팔아서 적잖은 용돈을 마련하기도 했다. 토끼는 풀만 주어도 그럭저럭 자라주는 동물이다.

한겨울에는 콩깍지나 볏짚을 넣어주는 것이 고작이다. 한 번에 여섯에서 일곱 마리의 새끼를 낳아서 번식력이 또한 강하다.

토끼도 어쩌지 못하는 생리현상의 똥오줌 냄새가 마땅찮지만 그것은 농촌의 향수다.

소나 돼지는 물론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은 어느 것이나 똥오줌 냄새가 지독하기 때문이다. 토끼도 한겨울에 수난은 일반 닭들과 별다르지 않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닭서리와 토끼서리라는 것이 유행하기 때문이다.

닭은 움켜잡으면 꽥꽥거리는 신음이라도 내뱉는데 토끼란 녀석은 하찮은 신음소리조차 없다.

그러고 보니 토끼는 아무런 말도 못하는 벙어리인가 보다.

휘둥그레 벌어지는 눈망울을 껌뻑거리는 것은 보았어도 하찮은 신음소리조차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도 철없이 자라면서 닭서리와 토끼서리를 하기도 했다.

한번은 슬그머니 들어가는 토끼장에서 움켜쥐는 토끼가 제법이나 무거웠다. 하지만 어느 사이에 달려드는 똥개가 바지자락을 물어버렸다.

기겁하고 놀라서 뿌리쳤지만 그놈의 똥개가 물어버린 바지자락을 놓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혁대가 없는 고무줄 바지가 벗겨지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주인이 고함치는 소리에 도망치는 엉덩이가 얼마나 시렸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번에 준비하는 신작소설이 또한 토끼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에 구상하는 연작소설은 내가 태어나던 시절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토끼풀을 뜯으면서 자랐던 시절이 적잖았으니 자연스레 등장하는 것이 토끼가 적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구상중인 소설을 언제쯤 시작하려는지 모르겠다. 단편소설과 달리 무한의 끈기가 요구되는 연재소설은 누구라도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