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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루를 조용히 보내면서
이규정(李揆貞)
지난달 말일에 지난해부터 지병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한생의 삶을 마감하셨다.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나시는 장모님을 보내드리느라고 분주하게 쫓아다니는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바빴는지 주말과 함께 이어지는 휴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석가탄신일인 오늘에서야 조용히 보내겠다는 집안에 주저앉았다. 그동안 누적된 피로를 풀겠다고 주저앉았지만 쉽사리 풀리지 않는 피로가 야속하기도 하다.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겠다고 주저앉은 집에서 조용히 보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지러운 마음이 또한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것 또한 나의 수양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나를 돌아보면서 조용히 보내는 시간에도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시간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오래전에 떠나신 아버님은 어떻게 보내드렸는지 아련해지는 추억에 숨어들었다. 하지만 어머님을 보내드리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에서도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린다. 어느 사이에 두해가 훌쩍 지났지만 어쩌지도 못하는 버릇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머님을 보내고 한해가 지나서는 처부모님의 노환이 깊어졌다. 다급하게 병원으로 모셨지만 하루가 다르게 노환이 깊어지는 장인어른이 떠나셨다. 그리고 그동안 투병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을 보내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누구나 태어나면 떠나는 것이 당연한 순리이지만, 한생을 마감하고 떠나는 분이나 보내는 사람의 아쉬움으로 스며드는 상처가 깊기도 하다.
한생의 삶에서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참으로 어려웠던 순간이 없었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일본 강점기에 태어나서 6.25의 전쟁으로 고통 받았던 시대의 삶을 살았던 부모님들의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안타까운 한숨이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효도는커녕 자식들의 걱정으로 한생을 마감하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면서 하루해를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보다 빠른 것이 없다. 아무리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들도 지나고 나면 한순간의 꿈결이나 다름없는 순간들이다. 그래서 또한 세월이 약이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세월을 또한 누구도 피하지도 못하는 한생의 삶에 시간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생의 삶이 또한 한순간의 꿈결이나 다름없는 것은 무엇보다 빠른 시간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을 모두 보내고서 생각하니 어느 사이에 적잖은 나이를 먹었다. 부모노릇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서야 부모님의 자식사랑을 조금이라도 알아차렸다. 그때서야 조금이라도 보답하겠다는 효도는 생각뿐이었다. 부모님들이 떠나고서야 후회하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내리사랑이라는 것은 어쩌지도 못하는 인간의 본능인가보다. 자식들의 걱정이 앞서는 것은 부모님들의 삶을 답습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버릇이 되어버렸다.
한동안이나 일상생활의 리듬이 흐트러지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쉬었던 직장에 출근준비를 하면서도 개운치 않은 마음이 멈추지 않는다. 해마다 다녀오던 봉축행사가 또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조용히 보내는 집안에서 내년을 기약하는 것 또한 봉축행사를 다녀오는 것이나 별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어느 사이에 하루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다. 여전히 나의 삶을 돌아보고 부모님들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에 나의 앞날을 바라보는 저녁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하루의 휴식시간을 보내는 저녁에도 어지러운 마음은 여전한 것은 자아반성의 수양이 부족한 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많은 것을 느끼는 시간에 많은 것을 반성하는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이다. 조용히 보내는 석가탄신일 저녁에 하루를 돌아보는 것 또한 내일의 삶을 바라보는 교훈이 될 것이다.
한동안이나 주인도 찾지 못하는 저의 쉼터를 고운 걸음으로 찾아주시고 좋은 인연으로 살펴주시는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리옵고 가능한 빠른 시간에 이전이나 다름없이 신작소설 무심과 함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고마우신 배려에 감사들며 늘 좋은 시간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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