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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작은 이야기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입학생이 되면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입학생이 되면서.

 

 

                                                                                  이규정(李揆貞)

 

 

 나도 어느 사이에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서더니 이순을 바라보고 있다. 하늘의 이치를 알아차린다는 지천명에서도 모르는 것이 참으로 많기도 하다. 그렇다고 배우겠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보내는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동안 직장생활에 쫓기는 시간 때문이라는 핑계에 안유하면서 지냈다. 어느 사이에 정년퇴직을 앞두고서야 시작을 하겠다는 공부가 쉽지는 않았다.

 

 

 한동안이나 고민하던 끝에 방송통신대학교를 가겠다는 생각이 멈추었다. 하지만 이제서 대학교를 간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했다. 아내와 자식들이 더 늦기 전에 시작하라는 권유가 멈추지 않았다. 한동안이나 망설이다가 입학원서를 접수했던 방송통신대학교. 직장인들이 많아서인지 삼일절에 입학식을 진행한다는 통지가 날아들었던 것이다.

 

 

 삼일절은 일제강점기의 기미년에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날이다.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떠들썩해지는 아침. 나는 입학식에 참석하려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충북지역학습관으로 향하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서 화끈거렸다. 적잖은 나이가 되어서 대학공부를 한다는 것이 쑥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차피 시작한 공부를 멈추지 못하겠다는 한숨을 몰아쉬며 쫓아가는 통신대학교에는 제법이나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통신대학교의 현관으로 들어서면서도 나도 모르게 쑥스러워지는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이 눈빛에 머쓱해지는 고개가 땅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다행이 반기듯이 맞아주는 선배들의 안내에서야 들어서는 입학식장. 슬그머니 주저앉으면서 휘둘러보는 식장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식장입구와 통로에서도 제법이나 많은 사람들의 눈빛이 쑥스러워지는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다행이도 나이가 적잖은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는 것에서는 적잖은 위안이 되기도 했다.

 

 

 국민의례와 함께 진행되는 입학식. 학사보고와 총장님의 입학허가 선언에는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는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그동안 벼르던 공부를 이제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서 시작은 하였지만 언제 멈출지도 모른다는 공부가 걱정스럽기도 했다. 이제라도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기도 했다. 그렇다고 돌아서고 싶지 않았던 입학식장에서 괜스런 망설임이 또한 멈추지 않고 있었다.

 

 

 

 입학식이 끝나면서 진행되는 국문학과 오리엔테이션. 선배들의 안내에 따라 들어서는 학습실에서는 나도 모르게 머쓱해지는 얼굴이 붉어졌다. 처음으로 만나는 선배들과 입학생들의 얼굴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반겨주는 선배들이 다독거려주는 이야기에서야 조금이나마 멋쩍어지는 마음이 멈추기도 했다. 11년이나 연배의 나이에도 입학하는 어르신을 뵈어서는 괜스런 나이 탓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기도 했다.

 

 

 오리엔테이션에도 참석하여 좋은 교훈의 덕담을 건네주시는 총장님. 처음으로 만나는 교수님의 훈시가 또한 좋은 교훈을 얻기도 했다. 선배들의 또한 좋은 경험으로 이끌어주는 가르침의 이야기들이 고마웠다. 이제야 입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선배들의 지도에서야 오리엔테이션을 마치는 학습장을 나서면서야 안도하는 한숨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학습장을 나와서는 학장님과 선배들에게 이끌려가는 식당에서 주저앉았다. 처음으로 소주잔을 주고받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교수님들과 함께하는 식사가 오리엔테이션의 연장선인지도 모르겠다. 식당을 나와서도 선배들에게 이끌려가는 노래연습장. 서로가 낯선 얼굴을 익히면서 친숙해지라는 자리였다. 적잖은 부담에도 후배들을 위해서 마련하여 주는 자리가 참으로 고맙기도 했다. 노래방을 나와서는 저녁을 먹겠다고 들어서는 식당에서도 좋은 가르침으로 이끌어주는 선배님들에게 고맙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서도 한동안이나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식당을 나와서야 아쉽다는 인사를 건네면서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나도 모르게 걱정스런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이제서 대학공부를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중간에서 포기 하려면 지금에서 멈추는 것이 좋은 것인지, 어차피 시작했으니 노력이라도 해보는 것이 좋은지, 나도 모르게 망설이면서 돌아오는 집에서는 저녁 아홉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옛말에 여든 할아버지가 세 살의 손자에게 배운다는 속담이 있다. 공부를 한다는 것에는 나이가 없다지만, 직장에서도 대학공부를 한다는 것이 쑥스럽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숨기지도 못하는 방송통신대학교의 학생이 되었다. 졸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서 언제 멈출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시작한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부끄럽고 쑥스럽다는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