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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回想)
무심천
2010년 06월 03일 (목) 충청타임즈 webmaster@cctimes.kr
   
 
   
 
이규정 소설가

회사에서 출근하면 실습생들이 불쑥 건네는 인사가 요란스럽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주치는 순간마다 허리까지 굽실거리는 인사가 부담스럽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 건네는 인사가 얼마나 우렁차게 들리는지 귀청이 멍멍해진다. 하지만 말리지도 못하는 것은 인사소리가 작으면 실습생들이 어떤 다그침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은 소변기를 마주보는 화장실에 들어서는 실습생들이 불쑥 건네는 인사가 요란스러웠다. 인사를 받겠다는 고개를 끄덕거렸더니 소변기에 끄덕거리며 부딪치는 오줌줄기가 바지자락으로 튀어 올랐다. 은근슬쩍 약이 올랐지만 그렇다고 탓하지도 못하는 것은 나또한 실습생을 거쳐서야 입사하는 회사에 근무하기 때문이다.

휴게실에서도 실습생들이 불쑥 건네는 인사소리가 요란했다. 인사를 받던 후배가 최고참 선배라고 소개하더니 지난시절을 들먹거리는 덕담을 하라고 다그쳤다. 어쩌지 못하고 내가 입사하던 시절을 잠시나마 늘어놓았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못하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휘둥그레 벌어지는 눈망울을 껌뻑거리는 실습생들이 귀엽기도 했다.

내가 실습생으로 입사하던 시절에는 자동화 설비라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수동식 설비조차 안전장치가 미흡하다 보니 적잖은 안전사고에 생명조차 잃어버리는 작업자들이 적지 않았다. 작업환경이 또한 얼마나 나빴는지 직업병에 걸렸다는 신문기사가 심심찮게 보도되기도 했다. 요즘에서는 그나마 자동화 설비는 물론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작업환경이 제법이나 쾌적해진 것이다.

나는 요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근무하는 직장생활에서 괜스런 욕심을 부렸다고 후회하는 일들이 많기도 하다. 괜스레 하찮은 일에도 마주치는 동료들과 주먹까지 휘두르는 싸움으로 피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후회하는 일들만 많다는 것은 아니다. 서로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손잡아주는 우애와 함께 가슴이 뿌듯해지는 봉사활동이 또한 적지는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내가 아직도 변함없이 근무하는 직장생활에서 적잖은 공부를 하기도 했다. 우선 직장생활을 하면서 취득한 품질관리 기사, 생산사 등은 물론이고 MGB프로젝트 인증 자격증이 그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분임조원들과 어렵게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목덜미에 걸었던 매달이 또한 적잖은 공부에서 얻어지는 보람이었다.

나는 지금에서 생각해도 얼마나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는지 공부라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다. 가방끈이 짧아서 문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습작공부를 시작하면서야 문학공부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습작공부에 매달리며 응모하는 단편소설이 요행히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에서 돌아보면 모든 것들이 하룻저녁의 꿈결처럼 스쳐버린 세월들의 이야기다. 이제는 자식들이나 다름없는 후배들과 근무하는 직장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느낌이 멈추지 않는다. 정년으로 떠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의 정년을 세어보는 숫자가 이제는 둘에서 슬그머니 멈추었다. 이제는 애틋한 추억조차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글로서나마 남기겠다고 시작하는 소설이 쉽지가 않아서 언제쯤이나 끝나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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