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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무심천/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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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무심천
2010년 11월 09일 (화) 충청타임즈 webmaster@cctimes.kr
   
 
   
 
이규정 <소설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가 길어졌다. 이차를 가겠다고 붙들려가는 호프집에서 자정이 가까워서야 일어섰다. 택시를 잡으려고 주춤거리는 길목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네온사인이 유혹하듯이 반짝거렸다.

적잖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술집에서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소리가 요란하다. 느닷없이 막아서는 아가씨가 불쑥 내미는 전단지를 받아들었더니 껌과 박하사탕이 달라붙었다.

이전에도 가끔은 껌이나 일회용 라이터가 달라붙은 전단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엉겁결에 받아든 전단지에 박하사탕이 달라붙었다.

반기듯이 입 안에 잡아넣은 박하사탕을 우물거리는데 힐끔거리고 훑어보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싸늘하다. 엉겁결에 받아든 전단지가 제법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벌거벗은 여자사진이 유혹하듯이 바라보는 전단지를 잡아들었으니 호객하는 사람으로 착각하였던 모양이었다.

나는 창피하게 느껴지는 전단지에 달라붙은 박하사탕이 아까웠다. 여전히 힐끔거리며 훑어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수상쩍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나는 박하사탕을 모두 주머니에 잡아넣고서야 손바닥에 잡아든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슬그머니 막아서는 택시에 주저앉으면서도 입 안에 잡아넣은 박하사탕을 우물거렸다.

그렇다고 박하사탕을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박하사탕이 또한 먹는 음식이라서 아깝기도 하지만 일반과자와 달리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사이에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고향을 다녀오다가 갑자기 당하는 교통사고로 입원하는 병원에서였다. 병문안을 하겠다고 쫓아오던 딸의 친구들이 제법이나 많은 박하사탕을 건네주고 돌아갔다.

나는 그것을 함께 침대마다 똑같이 나누어주고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더니 침대에 매달리는 할아버지가 생명의 은인이라는 공치사가 늘어졌다. 제법이나 많은 링거봉지가 매달렸던 할아버지는 적잖은 피를 수혈 받아야 하는 당뇨병 환자였다.

잠을 자다가 갑자기 혈당이 내려가는 할아버지는 목숨까지 위태로웠다고 한다. 누구에게든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기력조차 없었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바동거리다가 침대머리에 주저앉은 박하사탕을 잡아들었다. 그것을 먹고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간호사를 불러서 응급주사를 맞았다는 것이다. 그까짓 박하사탕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생명의 은인이라는 공치사가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저혈당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박하사탕 하나가 할아버지를 살렸다는 것 또한 그때서야 알아차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다행히 일주일이 지나서 퇴원을 하였다.

하지만 퇴원하는 인사에도 여전히 적잖은 링거봉지를 매달고 누웠던 할아버지가 생명의 은인이라며 늘어지는 공치사가 멈추지 않았다.

우리 속담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때로는 죽어가는 목숨을 살리기도 한다. 이제는 얼마나 흔해졌는지 하필이면 벌거벗은 여자사진의 전단지에 달라붙은 박하사탕이 아까웠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입 안에 잡아넣은 박하사탕을 우물거렸다.

박하사탕을 보면 생각나는 할아버지가 건강하신 모습으로 살아가시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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