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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한가위만 같았으면 | ||||||||||||||||||
무심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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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보내는 한여름의 무더위가 여간 아니었다. 태풍을 동반하는 장마가 또한 여간 극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9월에서도 한여름의 끈을 놓지 못하는 무더위와 철없는 장마가 심술부리는 빗줄기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어김없이 다가서는 초가을의 날씨가 제법이나 서늘해졌다. 어느 사이에 황금색으로 변하는 들판에서 가을벌레들이 짝짓기 하는 소리가 제법이나 요란스럽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다리는 계절이 가을이었다.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에는 황금색 들판을 보기만 해도 아랫배가 든든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4대명절의 하나인 추석이 또한 가을이다. 조상님들에게 차례를 지내는 추석에는 모처럼 온가족이 모여서 덕담을 나누기도 한다. 누구라도 후덕해지는 인심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 또한 가을이다. 생일날이 되어서는 어머니가 가을에 태어나서 고맙다고 말했다. 가을에 태어났기에 미역국이라도 얻어먹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봄이나 한여름에 태어났다면 미역국은커녕 굶어 죽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실제로 그 시절에는 굶어 죽는 사람도 적지는 않았다고 한다. 요즘에는 먹을 것이 흔해서 이전처럼 가을을 반기는 사람이 없다. 추석명절에는 어김없이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죽하면 가계부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추석명절이 마땅찮다고 타박하는 사람들도 적지는 않다. 이전과 달리 각박해지는 인심이 또한 안타깝기도 하다. 올해도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주부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적잖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길목에 주저앉은 할머니가 손바닥에 잡아드는 채소들을 펼쳐 놓았다. 유모차를 끌고 가던 여자가 적잖은 채소를 장바구니에 집어넣더니 깎아달라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료 값은 건져야 한다고 사정하는 할머니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사람들의 실랑이는 흔하게 보는 일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시장바구니에서 잡아드는 채소를 내던지는 여자의 눈초리가 여간 사나운 것이 아니었다. 머쓱해지는 할머니의 얼굴이 또한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유모차에 주저앉은 갓난아이가 얼마나 놀랐는지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올해는 늦더위와 늦장마가 9월에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치솟는 물가에 덩달아 오르는 채소가 금값이나 다름없다. 채소 값이 비싸다고 타박하는 여자를 탓하고 싶지 않지만 할머니를 쌍그렇게 쏘아보는 눈빛은 마땅찮았다. 채소를 팔겠다고 주저앉은 할머니는 팔순이 가까워 보이는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반생물과 달리 생각하는 두뇌를 가졌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하는 사고가 다르고 생활환경이 다르다. 하나의 사물을 보고서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느낌이 또한 다르다 보니 하찮은 일에 부딪치기도 한다. 하지만 보릿고개를 넘기던 시절보다 한참이나 풍족해진 삶에도 각박해지는 인심이 안타깝다는 한숨이 멈추지 않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소망하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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