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타임즈 무심천/ 변덕쟁이 할아버지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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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덕쟁이 할아버지의 소망 生의 한가운데 2011년 03월 08일 (화) 충청타임즈 webmaster@cctimes.kr         ▲ 이규정 <소설가>     이규정 <소설가>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보내면서 한 해를 보낸다. 올해도 어느 사이에 3월에 들어서는 제법이나 따뜻한 햇살이 쏟아진다. 아직도 동장군이 적잖은 미련이 남았는지 꽃샘추위를 하겠다는 심술을 부리지만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을 어떻게 견디겠는가. 어김없이 다가서는 봄에게 슬그머니 밀려나는 꽃샘추위는 동장군의 하찮은 미련에 불과한 심술에 지나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도 거스르지 못하는 세월에 나이를 먹기 마련이다. 어려서는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강물처럼 흘러가는 세월이 반갑기도 하다. 하지만 사춘기를 넘기면서부터 나이가 더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중년을 넘어서면서 나이를 먹는 것이 야속하고 지천명의 나이에 괜스레 더해지는 나이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나 또한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도 거스르지 못하는 세월을 어쩌겠는가. 어느 사이에 잔주름이 깊어지는 얼굴에 또한 머리카락이 벗겨지는 대머리가 창피하기도 하다. 오죽하면 가발이라도 쓰고 싶지만 적잖은 돈에 관리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아서 마땅치가 않다. 어쩌지 못하고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라고 자위하면서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을 원망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어린 아이들이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머쓱해지는 고개를 돌렸다. 어쩌다 만나는 친구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었다는 자랑이 마땅찮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었다는 것이 무슨 자랑이냐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지난봄에 결혼한 딸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그때서야 나도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싫지가 않았는지 자신도 모르게 싱글거리는 웃음이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아내가 또한 할머니라면 기겁하고 놀라는 고개를 돌리던 사람이다. 하지만 딸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때부터 할머니가 된다는 자랑이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에 산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동안 임신으로 적잖은 고생을 하더니 손자를 무탈하게 낳아주는 딸이 기특하기도 하다. 갓난아이의 손자가 어지간히 보고 싶었지만 직장 때문에 주춤거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주말이 되어서야 쫓아가서 갓난아이의 외손자를 안았다. 어느 사이에 하품을 하는 갓난아이의 외손자가 얼마나 귀여운지 나를 닮았다면서 싱글거렸다. 하지만 아내는 자기를 닮았다고 다그치는 말다툼이 한동안이나 멈추지 않았다. 딸과 사위가 또한 자기를 닮았다면서 괜스런 말다툼이 마땅찮은 표정이다. 머쓱해지는 아내와 나는 쑥스러운 얼굴을 붉히면서도 갓난아이의 손자를 들여다보는 눈길을 멈추지 않았다. 자식은 내리사랑이라더니 하루 저녁을 보내고 돌아오는 집에서도 갓난아이의 손자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아내는 손자 때문에 남편과 미혼의 아들은 안중에도 없는지 산후조리를 하겠다고 주저앉았다. 자연스레 설렁해지는 집에서 아들과 주저앉은 식탁에서 입맛이 달아나는 반찬이 마땅찮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마땅찮아도 하찮은 불평조차 못하는 것은 산모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후병을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에서나 회사에 출근해서도 괜스레 궁금해지는 손자녀석이 보고 싶기도 하다. 아내가 핸드폰으로 보내주는 손자의 사진을 자신도 모르게 버릇처럼 들여다보며 싱글거린다. 하루빨리 갓난아이의 외손자가 무탈하게 자라주기를 소망하면서. 이전에는 할아버지가 마땅찮다고 투덜거리던 내가 이제는 외손자를 보았다고 자신도 모르게 싱글거리는 변덕쟁이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충청타임즈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