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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무심천/ 초상화를 바라보면서

       
초상화를 바라보면서
무심천
2009년 12월 30일 (수) 충청타임즈 webmaster@cctimes.kr
   

 이규정 <소설가>

지난번 한근협의 행사에서 임현순 화백이 선물로 그려주는 초상화가 전시되었다. 임현순 화백은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미술부문 최고의 상을 받으신 분이다. 문화예술을 함께 공유하고 발전하겠다는 모임에서 만나는 임현순 화백이 선물로 그려주는 초상화가 나로서는 전혀 뜻밖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적잖은 주름살이 접혀드는 얼굴에 담배를 빼물고는 고뇌하는 모습이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사람들마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냐고 다그쳤다. 불로초나 다름없는 담배가 어떠냐고 둘러대는 농담에 키득거렸지만 은근슬쩍 약이 올랐다. 임현순 화백에게 왜 하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냐고 다그쳤더니, 내가 제일 멋지게 보이는 모습이 담배를 피우며 고뇌하는 모습이라고 되받는 대답에 할 말이 없었다.

내 삶의 교훈하나가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더군다나 임현순 화백이 직접 그려주는 초상화는 무엇보다 고마운 선물이다. 행사가 끝나고서야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받아오는 초상화를 책상머리에 걸어 놓았다. 아내와 자식들이 또한 초상화를 보고서는 아직도 담배를 피운다는 다그침이 여간 아니다. 나또한 그놈의 담배가 무엇이 좋다고 아직도 피우는지 모르겠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오늘도 책상머리에 걸려있는 초상화를 머쓱하게 바라보니 적잖은 주름살이 접혀들었다. 그동안 살아온 삶들이 작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에서 돌아보면 하룻저녁의 꿈같은 세월이 반백년을 훌쩍 넘었다. 아름답고 애틋한 추억도 많지만 가슴이 아픈 추억들도 제법이나 많다. 이제는 한 조각의 추억조차 잊어지는 안타까움에 준비하는 소설이 지난 시절의 그리움들이다.

언제나 한 해를 돌아보면 외롭게 쓸쓸하다. 어느 사이에 기축년(己丑年)의 한 해를 보내면서 나이를 하나 더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그동안 열심히 살겠다고 노력했지만 뚜렷하게 이루어진 것이 없다. 그렇다고 허송세월을 보낸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으로 적잖은 공부가 되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루를 살아가는 시간에도 적잖은 인연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기축년(己丑年)의 한 해를 보내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들이 많기도 하다. 거기에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친누나와 다름없던 이종사촌 누나가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길을 떠났다. 한동안이나 적잖은 충격으로 우울한 날들을 보냈지만 어쩌지도 못하는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누구든 모든 인연이 아름다운 만남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살아가는 생활환경이 다르고 생각하는 이상의 목적이 다르다 보니 쉽지가 않다. 나또한 마찬가지로 모든 만남이 아름다운 만남으로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그렇지 못한 인연들도 제법이나 많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헤어지는 인연에 또한 하찮은 오해로 얼굴을 붉히면서 헤어지는 인연들도 작지는 않았다.

경인년(庚寅年)을 맞이하면서도 모든 인연이 아름다운 만남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부터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아직도 모든 것이 부족한 나로서는 자신을 다스리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노력조차 않는다는 것은 자신을 타락시키는 지름길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든 나부터 반성하고 배려하는 심성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것이 또한 쉽지가 않아서 걱정하는 한숨이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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