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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정 소설가 / 정지용 문화제의 제15회 지용백일장에서





















                정지용 문화제의 제15회 지용백일장에서

 


                                                                     이규정(李揆貞)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어느 사이에 중순이 흘러가고 있다. 다양한 행사가 많아지는 주말에는 분주하게 쫓아다니는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지용제와 함께 방송대인의 밤, 그리고 지용백일장과 청명축제가 겹치는 행사장에 분주하게 쫓아다니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는 주말을 보내고 돌아와서는 그동안 미루었던 원고를 정리하였다. 어느 사이에 며칠이 지나서야 사진정리를 하면서, 지용백일장과 함께 분주하게 쫓아다니던 주말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매년 지용문제와 함께 죽향 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지용백일장은 현대 시문학의 큰 별인 정지용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시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하여 진행하는 행사다. 등단작가가 아니면 누구나 참석하는 지용백일장은 초, , 고등, 일반부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상 300만원과 함께 49명의 입상자에게 수상하는 지용백일장은, 15회라는 역사만큼이나 시문학 저변확대는 물론 우리나라 문학사의 발전에도 디딤돌이나 다름없는 초석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등단이라는 멍에 때문에 직접 참가는 불가능한 사람이다. 옥천문인협회의 행사지원요청으로 충북문인협회의 문인들과 행사지원을 하게 되었다. 참석자에게 원고지와 볼펜을 나눠주면서 좋은 작품을 쓰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기념품을 건네주면서 받아드는 작품원고를 정리하는 진행요원으로 쫓아가는 지용백일장. 이전이나 다름없이 죽향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득 매우는 참석자들에게 발표하는 시제는 초등부 아빠, 중등부 엄마 얼굴, 고등부 선생님, 일반부 이었다.

 

   지용백일장은 일반 백일장과 달리 교실에서 진행되는 행사다. 내가 진행요원을 들어서는 교실은 고등부였다. 선생님이라는 시제는 생각조차 못했다면서 들어서는 학생들에게 원고지와 볼펜을 건네주었다. 번호표를 확인하는 책상에 주저앉는 학생들은 원고지와 볼펜 외에는 아무것도 책상에 올려놓지 못하고 볼 수도 없다. 핸드폰 등을 반납하면서부터 원고지와 씨름하는 학생들.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 시상 때문에 고뇌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느껴지고 있었다.

 

   누구라도 짧은 시간에 시를 쓴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생각조차 못했던 시제 때문에 고뇌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다양하기도 했다. 제법이나 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고, 볼펜으로 뒤통수를 두드리기도 하고, 원고지 뒷면에 선생님을 떠올리는 그림을 그리고, 엎드려서 고뇌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리는 학생도 있었다. 슬그머니 깨워주면서 고뇌하는 학생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느 사이에 종료시간인 1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동안 고뇌하던 시상을 원고지에 담겠다는 손길이 빨라지고 있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발상의 시들이 담겨진 원고지를 내밀고 있었다. 반기듯이 받아드는 원고지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학생들의 혼이나 다름없는 시상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기념품과 함께 빵과 우유를 반기듯이 받아드는 학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교실을 나서는 뒷모습이 또한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학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동안 보았던 백일장 중에서는 교실에서 진행하는 백일장은 지용백일장 뿐이었다. 수능시험을 보듯이 엄격한 공간에서 알려주는 시제의 시를 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행요원이라는 핑계로 백일장에 참석하는 학생들과 일반인의 창작시와 발상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있었다. 어느 사이에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진행요원의 일정을 마치는 백일장에서 나또한 좋은 체험의 공부가 되었다. 모두가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좋은 추억으로 남겨지는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