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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에서

남자의 변신이 또한 무죄라지만

 

 

 

 

 

 

 

                  

 

                      남자의 변신이 또한 무죄라지만

 

 

                                             

 

                                                           이규정 소설가

 

 

 

나는 직장의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고서 퇴근하는 것이 일상적인 관례이다. 집에서 목욕탕에 쫓아가는 것은 이발을 하거나 묵은 때를 밀어내고, 가끔은 피곤해진 몸뚱이를 뜨거운 물에 풀어내기 위해서다. 오늘도 괜스레 무겁게 내려앉는 몸뚱이가 마땅찮아서 쫓아가는 목욕탕으로 들어섰다. 제법이나 뜨거운 욕탕에 주저앉으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한동안이나 식은땀을 흘리고서야 욕탕을 나섰더니 슬그머니 내려앉는 눈까풀이 제법이나 무거웠다. 잠시나마 쉬어야겠다고 쫓아가는 휴게실에 누우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한동안이나 깊은 잠속에 빠져들었다가 일어났더니 개운해지는 몸뚱이가 제법이나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게슴츠레한 눈망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나서는 휴게실에서 갈증이 나는지 목이 말랐다. 음료수라도 마셔야겠다고 군침을 삼키며 쫓아가는 옷장에서 지갑을 잡아들었다. 그런데 슬그머니 돌아서면서 마주보이는 옷장에서 시커먼 머리카락이 불쑥 튀어나왔다. 기겁하고 놀라는 신음을 내뱉으며 주저앉는데 그놈의 머리카락이 하필이면 사타구니에 툭하고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기겁하고 놀라는 신음을 내뱉으며 움켜잡는 머리카락을 옷장 밖으로 내던졌다. 신음소리를 듣고서 쫓아오는 사람들이 머쓱하게 쳐다보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어느 사이에 머리카락을 잡아들고 쫓아오는 사내가 남의 가발을 왜 내던지느냐고 다그쳤다. 그제야 가발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일어서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쌍그렇게 쏘아보며 달려드는 사내는 제법이나 비싼 가발이 망가지면 어떡하려고 내던졌느냐고 다그치는 타박이 멈추지 않았다.

 

 

 

 

나로서는 옷장에서 가발이 튀어나온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하던 일이었다. 언젠가 영화에서 보았던 귀신의 머리카락이 스쳐가면서 화들짝 놀라는 몸뚱이가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거기에 하필이면 사타구니에 툭하고 떨어지는 가발에 기겁하고 놀라는 몸뚱이가 자라목처럼 움츠려들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나도 모르게 사타구니에 떨어지는 가발을 내던졌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머쓱해지는 얼굴을 붉히는 사내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나 다급했는지 가발을 옷장에 내던지고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사내는 나하고 엇비슷한 나이에도 형광등처럼 빛나는 대머리였던 것이다.

 

 

 

 

한동안이나 가발 때문에 다그치던 사내와 음료수를 나눠 마시고서야 쫓아가는 옷장에서 잡아드는 옷을 걸쳤다. 옷장을 나섰더니 거울을 마주보고 가발을 만지작거리는 사내가 싱긋이 웃는 눈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나또한 눈인사를 건네며 목욕탕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어처구니가 없다는 한숨을 몰아쉬었다. 하찮은 가발에 놀라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거숭이가 주저앉아서 쩔쩔매던 모습이 스쳐가서는 나도 모르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나또한 허여멀겋게 보이는 반질반질하게 보이는 대머리였다.

 

 

 

 

집으로 들어서면서 허여멀겋게 벗겨진 뒤통수를 만지작거렸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가발 때문에 망설이는 한숨을 몰아쉬었다. 가발을 이용한다면 한참이나 젊어 보이겠지만 가발 값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이용하는 화장품 값에 비해서도 비싼 것은 아닌 것 같다. 여자의 변신이 무죄라면 남자의 변신이 또한 무죄라고 생각한다면 그까짓 가발 값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발을 이용한다고 정말로 젊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발을 관리한다는 것 또한 쉽지가 않아서 망설이는 한숨을 멈추었지만 대머리가 안타깝다는 생각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